[다시 간다]머리 위로 ‘골프공’ 날아다니는 마을

2023-03-28 570



[앵커]
골프 치는 분들 공이 옆으로 날아가면 ‘볼’이라고 외치죠.

그런데 시도때도 없이 날아오는 골프공 때문에 불안에 떨고있는 인근 농민들이 있다고 합니다.

비닐하우스가 뚫릴 정도인데, 맞을까봐 불안하다하니 골프장 측이 안전모를 나눠줬습니다.

다시간다 이솔 기자입니다.

[기자]
비닐하우스 안 텃밭에 비료를 뿌리는 남성.

이곳저곳 살펴보다 갑자기 놀란듯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봅니다.

작은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골프장 인근 하우스 안입니다.

밭 곳곳에 공이 떨어져 있는데요.

이 공은 불과 3시간 전에 하우스를 뚫고 들어왔습니다.

이곳은 김포공항과 가까운, 서울 강서구 농촌지역. 

4년 전 생긴 골프장에서 수시로 골프공이 날아들어 농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후로 골프장 측이 안전망을 20m에서 30m로 더 높였지만, 좌우로 휘는 티샷이 수시로 농가로 넘어듭니다.

[김은숙 / 피해 농민]
"며칠 전에 여기에 있는데 내가 이렇게 엎드려서 뭘 했거든. 그런데 거기 앞에 딱 떨어지더라고. 깜짝 놀랐지. 내가 이렇게 서있었으면 맞았을지도 몰라."

비닐하우스 곳곳은 구멍 투성이에, 임시로 테이프까지 붙여 누더기가 됐습니다. 

골프공 무게에 차양막이 축 늘어진 곳도 있습니다.

[현장음]
"이것도 뚫어진 것 같은데? (저 구멍도요?) 응."

뚫린 구멍으로 비바람이 들어와 작물을 망쳐놓기도 합니다.

[피해 농민]
"비닐 씌워놓으면 탁 구멍이 나서 비가 새면 그것도 좀 속상해요. 물이 한 군데에서만 떨어지면 흙이 막 작물에 허옇게 묻으니까…"

골프공이 철조망에 맞는 소리도 수시로 들려옵니다.

[현장음]
"팍 소리 하나 들렸는데. 철망을 맞은 소리였거든요."

집집마다 모아둔 골프공만 수백 개. 

공이 날아든 날짜를 꼼꼼히 적어둔 농민도 있습니다.

[오익건 / 피해농민]
"맨 처음에는 '이게 우리 공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 이런 말까지 들었다고 우리가. 사람들이 감정이 상하게 되는 거지. 그 다음부터 내가 (골프공에) 날짜를 적기 시작한 거지."

골프장 철조망 바로 앞이 마을 비닐하우스다 보니 골프공에 무방비인 겁니다.

반대쪽으로는 김포공항과 맞닿아 있어 철조망을 더이상 높일 수는 없는 상황. 

골프장 측은 인명피해를 막겠다며 농민들에게 안전모를 나눠줬습니다. 

[황호병 / 피해 농민]
"할머니들은 이거 하다가 벗어요. 더우니까 답답하고 그러니까 벗죠."

이 골프장은 100만 제곱미터 면적에 27홀을 운영하는데, 통상적인 골프장 면적의 70% 수준에 불과합니다. 

골프장 내 곳곳에 자연 습지가 있는 데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할 수 없습니다.

[골프장 인허가 전문 설계기사]
"(27홀은 적당한 건가요?) 굉장히 타이트하네요. 18홀 정도면 딱 알맞게 구성이 될 것 같은데 27홀이라는 건 좀 많이 들어갔다."

[오익건 / 피해 농민]
"그걸 알면서 이걸 유치한 사람들이 문제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거야."

관련법에는 "안전사고 발생을 최소화할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주거지와의 최소 거리 같은 규정도 없습니다.

미비한 제도 속에서 주민들은 사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석동은 강한길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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